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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크리스마스라는 기적을 빌려 당신께 고백하려 합니다.
[카라오소]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의 기적
낡은 카세트테이프기에 조금 오래된 것 같은 카세트테이프가 돌아간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앳된 목소리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질리도록 들었던 한 명뿐인 형의 것. 한창 조잘조잘 떠들던 테이프 속 형은 곧 학창시절의 형으로, 지금의 형으로 바뀌어간다. 그 메시지는 한결같은 뜻을 담고 고요한 병실을 울렸다.
“오소마츠....”
*
“아프다고 했잖아!!”
쵸로마츠가 취직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떠들썩한 저녁을 보내고 있을 때, 오소마츠는 결국 쥬시마츠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동생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생각에 참지 못하고 나 역시 오소마츠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거 놔!”
“동생에게 주먹을 휘두르다니 장남답지 못하다!”
“...장남, 장남, 장남. 그 놈의 장남!!! 누가 장남이고 싶었냐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여태까지 잘 해왔잖나!”
“너에게 나는 장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냐고!”
“장남이든 아니든 형이 동생에게 주먹을 휘두르는게 잘한 짓이 아니지 않나!”
오소마츠는, 강했던 오소마츠는 눈물을 보였다. 놀란 마음에 순간 손을 뻗었지만 쳐내곤 그대로 뛰쳐나갔다. 뒤쫓아갈까 생각하다 동생을 때렸다는 분노에 알아서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오..오소마츠형은...?”
“알아서 돌아오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해선 안됐다. 오소마츠가 돌아오지 않았던 하루 이틀정도는 나 역시 화가 나있었기에 상관없었다. 이대로 뭉쳐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나 역시 집을 나와 치비타의 집에 얹혀살면서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전화가 오기 전까지.
“오소마츠형이 세 달째 돌아오지않는다고?”
“지갑도, 전화도 전부 두고 나가서 연락도 전혀 안되고....”
엄마는 두 손에 얼굴을 묻으며 우셨다. 이미 경찰에는 실종신고를 해놓은 상태라고 하셨고, 겨우 자리잡고 일하기 시작한 우리들을 방해할까봐 말하지 못하셨다고 했다. 쵸로마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짐작가는데는?”
“나 고양이 먹이줄려고 이 근처에 자주 오는데 오소마츠형 한번도 못봤어.”
“왓세! 나도 못봤당께!”
“무일푼으로 나갔으면 빨리 집으로 돌아와야될거아니야! 괜히 걱정거리만 늘리고!”
“일단 짐작가는 곳을 찾아보도록하지”
내 말에 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길거리로 나섰다. 혹시 몰라 데카판과 하타보, 토토코에게 전화해 오소마츠의 행방을 물어봤지만 아무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을 뿐이였다. 그렇게 우리 형제는 아무런 수확도 없이 집으로 모였다.
“다들 뭔가 찾은거 없어?”
“아아. 데카판과 하타보, 토토코쨩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모르겠다더군.”
“나는 일단 오소마츠형이랑 아직까지 친하게 지내는 고등학교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봤지만 자기들 집에는 안왔다나봐.”
“오소마츠형이 자주 다니던 뒷골목에도 돌아다녔지만 못봤어”
“오소형아가 자주 다니는 파칭코랑 경마장에도 없었당께요!”
한명씩 보고가 끝나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은 토도마츠에게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토도마츠는 손을 떨며 우리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고, 우리들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에...? 이거....오소마츠형..?”
토도마츠가 보여준 건 오소마츠로 보이는 한남자의 AV였다. 남자는 싫다고 몸부림쳤지만 그를 짓누르는 다른 남자에게 윤간당하는 내용이였다. 어디로보나 오소마츠의 모습이여서 우리들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
‘싫어! 싫다고! 이거 놔! 싫어, 싫어!!!’
남자는 반항하는 오소마츠를 구타했다.
‘아아악! 아파, 아파!’
아프다고 몸부림치는 오소마츠에게 남자는 무언갈 먹였다.
‘거짓말...싫어..싫어! 하읏!’
신음을 내지르는 오소마츠를 남자들은 범하고, 또 범했다.
‘살려줘....구해줘....’
차디찬 바닥에 내팽겨쳐진 오소마츠는 살려달라며, 구해달라며 중얼거렸다.
‘카라마츠...’
내 이름을.
“잠, 어디가는거야 카라마츠!”
“오소마츠가 나를 불러, 나에게 구해달라고 외치고있다고!”
“오소마츠형이 어디있는줄알고 가는건데!”
“어디있든 찾아낼거다!”
아아. 왜 이제야 발견한걸까. 왜 이제야 눈치챈걸까. 너는 그렇게나 나를 불렀는데.
“이거놔라 쵸로마츠”
“일단 진정하라고!”
“진정? 지금 오소마츠가 어떤 짓을 당하고 있을지 눈에 선한데 진정하라고?!”
“오소마츠형이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찾으러가는건 비효율적이라고!”
쵸로마츠와 옥신각신 거리고 있을 때 조용하던 이치마츠가 입을 열었다.
“나, 저기 어딘지 알것같아”
이치마츠의 말에 나는 나를 붙잡고 있는 쵸로마츠를 내팽겨치고, 이치마츠를 매섭게 쳐다봤다.
“어디지?! 저기가 어딘지 빨리 말해!”
이치마츠가 더듬거리며 위치를 말하자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집에서 뛰쳐나갔다. 뒤에서 동생들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신경쓸겨를이 없다. 이치마츠가 말한 장소에 도착하고 무작정 쳐들어가려하자 뒤쫓아온 쵸로마츠가 나를 막아섰다.
“카라마츠 멈춰! 일단 진정해! 무작정 들어갔다가 오소마츠형이 인질로 잡히면 어쩔건데!”
쵸로마츠의 말에 나는 혀를 차며 흥분을 진정시키려했다. 하지만 도통 분노가 가라앉지않아 온몸을 들썩이자 쥬시마츠가 내 팔에 매달렸다.
“쥬시마츠...”
“지, 진정하랑께요!”
“아아.”
쥬시마츠 덕에 조금 진정된 나는 쵸로마츠의 작전을 귀담아 듣고 조심스레 지하로 들어갔다. 조용한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우리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앞으로 향했다.
“쵸로마츠형...”
“왜 그래 토도마츠?”
“저거, 오소마츠형의 자의식아니야?”
토도마츠가 바닥에 있던 검은 구체를 집어들었다. 오소마츠의 자의식은 우리들중에 가장 작고 볼품없는 찌그러진 붉은 구체였다. 하지만 지금 토도마츠가 들고있는 오소마츠의 자의식은 전보다 더 찌그러지고 붉은 색은 검게 물들어있었다. 우리들은 자의식에 상태가 무얼 뜻하는지는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오소마츠가 위험하다는걸 눈치채고 발길을 재촉해 유일하게 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열었다.
“헉!”
“누구냐!”
오소마츠는 두손을 위로 묶인채 공중에 매달려있었다. 우리가 쳐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오소마츠를 윤간하는 남자들에 이성을 잃고 주먹을 휘둘렀다. 인정사정없이 주먹을 내지르며 오소마츠에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오소마츠의 온몸 여기저기에는 상처가 들끓었고, 텅빈 눈동자는 허공을 응시하며 눈앞에 내가 서있는지도 모르는듯했다.
“오소마츠! 오소마츠!”
오소마츠를 억압하고있던 줄을 풀어내리며 손목과 허벅지에 파고든 줄을 조심스럽게 풀어냈다. 오소마츠의 어깨위에 내 겉옷을 걸치고, 몸에 부담가지 않도록 오소마츠를 흔들었다.
“오소마츠!”
“에...? 카라....마...츠....?”
“아아. 카라마츠다.”
“아...”
초점없는 두 눈동자가 나를 쳐다봤고, 챙하고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소리와 동시에 오소마츠는 눈을 감았다.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됬다는 느낌이 들어 오소마츠를 깨우려 흔들었다.
“오소마츠..? 오소마츠... 왜 그러는가, 오소마츠...”
“오..오소마츠형의 자의식이....깨졌어...”
토도마츠가 떨리는 손으로 붙잡고 있던 오소마츠의 자의식을 보여줬다. 조각난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고 급하게 오소마츠를 안아들고 병원으로 뛰었다.
“토도마츠랑 쥬시마츠,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자의식을 들고 데카판에게 찾아가라! 쵸로마츠는 경찰에 신고하고, 아카츠카 병원으로 와라!”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동생들은 흩어졌다. 품안에 있는 오소마츠의 온기가 점점 식어가는 것처럼 느껴져 더 빠르게 발을 놀렸다. 아아- 신이시여 제발. 우리에게서, 나에게서 오소마츠를 빼앗아가지 말아주세요.
*
“자의식이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는거다스. 자의식이 깨진다는건 자신을 인지할수 없게 된다는거다스. 자의식이 깨질 경우 뇌는 정신을 보호하기위해 잠들어버린다스.”
“어떻게하면 원래대로 되돌릴수 있는건데?!”
“안된다스.”
“에...?”
“한번깨진 자의식은 두번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올수 없다스.”
“거짓말...”
“어떻게든해봐! 미녀약이라던지 이상한거 많이 만들잖아! 할수있잖아!”
“아무것도 할수없다스.”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우리는 한가닥의 실이라도 잡기위해 데카판에게 깨진 오소마츠의 자의식을 들고 찾아왔지만 데카판은 고개를 가로저을뿐이였다. 나는 멍하니 걸어 울고있는 토도마츠와 쥬시마츠를 지나치고, 주저앉은 이치마츠와 화내고있는 쵸로마츠를 지나쳐 천천히 연구소를 빠져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오소마츠...”
병실에 누워있는 오소마츠의 곁에 주저앉아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차게 식은 오소마츠의 손을 붙잡고 울었다. 깨지않을 잠에 든 오소마츠가 깰까봐 소리죽여 울었다.
*
“오소마츠. 오늘은 말이지”
벌써 12월이됬다. 다른 형제들은 오소마츠의 병원비를 벌기위해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다. 나 역시 일하려했지만 동생들이 나는 오소마츠의 곁을 지키라며 만류했다. 형이 된 입장으로서 나는 그럴 수 없다고 해야했으나 솔직히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던 나는 동생들에게 감사하며 오늘도 오소마츠에게 오늘하루 있었던 일 등 자잘한 이야기를 한다.
“벌써 겨울이라고? 슬슬 일어나야하지 않겠나. 형님은 눈을 좋아했으니까”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자괴감이 들었다. 만일 그때 내가 오소마츠를 잡았더라면, 뒤쫓아갔더라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고개 저어 털어냈다. 벌써 12월 중반으로 접어든 날씨는 추웠다. 눈이 내릴것만같은 추위에 하루빨리 오소마츠가 눈을 뜨고 미소지었으면했다.
“다들, 기다리고 있다고? 나도....나도 기다리고있으니까....”
약간은 차가운 오소마츠의 손가락에 내 손가락을 얽으며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내린다.
*
“자”
“에? 우편?”
“카라마츠꺼야. 발신인 잘봐봐”
“마츠노 오소마츠,,,,? 에? 형님이?”
“예약 우편이였겠지. 카라마츠 너 혼자서 보라고 들으라고 되있으니까 난 간다.”
“들어?”
“카세트테이프야. 여기 카세트테이프기 가져왔으니까”
“아, 아아. 고맙다. 쵸로마츠.”
“내일 크리스마스니까 집에 잠깐 들려. 다같이 오소마츠형한테 오자.”
“아아.”
쵸로마츠는 나에게 카세트테이프기를 건내주곤 병실을 나선다. 나는 오소마츠와 오소마츠의 우편을 번갈아 보며 조심스레 우편을 뜯어 테이프를 꺼냈다. 테이프에는 카라마츠 혼자서만 들을 것! 이라고 적혀있는 익숙한, 요즘에는 전혀 볼수없었던 오소마츠의 글씨가 정갈하게 적혀있다.
“도대체 뭐길래 나 혼자 들으라는 건가 오소마츠. 예약우편으로 보내기까지하고...”
나는 카세트테이프기에 테이프를 넣고 떨리는 마음으로 재생버튼을 눌렀다.
친애하는 마츠노 카라마츠님께.
저는 오늘 크리스마스라는 기적을 빌려 당신께 고백하려 합니다.
7년동안 차곡차곡 쌓인 마음을 이제 참을 수 없어 제 마음을 녹음해 봅니다.
차분한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다.
아- 흠흠. xx년 12월 25일 마츠노 오소마츠 15세! 좋아해 카라마츠!
xx년 5월 24일 마츠노 오소마츠 16세. 카라마츠를 좋아하는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아.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죽일 수 있을까?
xx년 12월 25일 마츠노 오소마츠 16세. 좋아해. 좋아해. 정말 좋아해. 이러면 안되는걸 아는데 너무....너무 좋아서... 어떻게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xx년 2월 14일 마츠노 오소마츠 17세. 어떻게~ 분위기 타버려서 초콜릿 만들어버렸다! 일찍 나와서 일부러 카라마츠 책상속에 넣어놨는데 내가 준거라고 들키지 않았겠지?
xx년 7월 7일 마츠노 오소마츠 17세. 단자쿠에 나만 알아볼수있도록 카라마츠에게 고백했다. 알아봐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알아보지 않았으면해 바보같네...
xx년 12월 25일 마츠노 오소마츠 17세. 아직도 난 카라마츠를 좋아한다. 어차피 이뤄지지 못할꺼 포기하고 싶어....
xx년 12월 25일 마츠노 오소마츠 18세. 카라마츠에게 사랑한지 4년째. 사랑이 식기는커녕 점점 불타올라서 형아 조금 무서울지도..
xx년 12월 25일 마츠노 오소마츠 19세. 이걸로 5년째.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든 분출하고 싶어서 녹음하는건데 5년이면....나 얼마나 카라마츠 좋아하는거야? 바보같게...
xx년 7월 7일 마츠노 오소마츠 20세. 신님. 나 6년동안 단자쿠에 카라마츠랑 사랑을 하게해주세요 라고 적고있는데 신님이라도 근친에 형제는 소원 안들어주는거야?
xx년 12월 25일 마츠노 오소마츠 20세. 아직도, 사랑하고 있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오소마츠의 말은 한결같았다. 한결같이 내게 사랑을 전하고있었다. 한결같이 울고있었다. 잠깐 텀을 두고 다시 스피커에서는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앞에서 했던 제 7년간의 녹음 잘 들었나요?
그때그때 당신을 향한 이 사랑이 입밖으로 튀어나올것같을때면 전 조용한 곳에서 이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곤 했습니다. 한결같죠?
지루하셨을수도 있겠네요. 다 똑같고 비슷한 말들이였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 녹음을 할때면 당신에게 설레이는 마음 때문에 얼굴을 붉히곤 했습니다.
형이기 때문에 몇 번이고 이 사랑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려 할수록 더욱 커져만가 저를 괴롭게 만들었습니다.
질책하고, 스스로에게 화내고, 울어도봤는데 도저히 포기할수가없어서, 매일매일 당신을 향한 사랑이 더욱 커져만가서 오늘 이렇게 용기내어봅니다.
줄곧 당신을 사랑해왔습니다. 이 7년간 줄곧. 당신의 형이 아닌 저라는 한사람으로서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오늘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의 기적을, 용기를 빌려 7년간의 제 사랑을 고백하려 합니다. 만일 이 테이프를 듣고 기분이 나빠지신다면 평범한 형으로 대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만약, 만약 정말 만약 저를 사랑하신다면 홀로 있을 저를 달래주세요. 사랑해왔습니다. 사랑합니다.
떨리는 그 고백에 나는 눈물을 흘리며 오소마츠의 손을 꼭 잡았다.
“나도, 나도 사랑해. 사랑한다. 오소마츠. 나 역시 줄곧 줄곧 사랑해왔어, 사랑하고있어...”
끝난줄알았던 스피커에서는 울음기를 가득 담은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울고있는 나를 만나러 가줘 카라마츠.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있을 나를 달래주지 않을래? 동정이라면 필요없어. 동정으로 나를 만나러 온다면 나는 너를 내칠거야. 하지만 만약, 만약에 나와 같은 마음이면 나를 만나러와줘. 기다릴게. 사랑해- 줄곧 사랑해왔어. 앞으로도 쭉 사랑할거야.
“만나러 왔다고? 그러니 눈을 떠줘. 사랑한다. 나 역시 줄곧 오소마츠, 너를 사랑해왔어. 지금도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거다. 부탁대로 만나러 왔다고? 그러니, 그러니까 제발....”
아아- 신이시여. 당신은 어찌도 이리 잔인하십니까. 기나긴 시간을 참고 참아 겨우 제게 닿았는데, 제가 전하는데,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찌 이리도 긴 잠을 주시나요. 어쩌면 평생을 깨어나지 않을 잔혹한 시련을 주시나요. 서로를 이리도 사랑하는데, 당신은 왜 이리 잔혹하신건가요.
“오소마츠....”
오소마츠의 시린 손끝을 내 두손으로 잡아 따뜻하게 데웠다. 눈물이 새하얀 시트를 어둡게 물들이지만 나는 참을 수 없는 슬픔에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느정도 진정된 감정에 나는 소매로 거칠게 눈물을 닦아내며 평소보다 더 추운것같은 공기에 오소마츠의 이불을 끌어올려 덮어준다.
“아....눈...”
12월 25일 자정.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오소마츠가 좋아하는 눈이 창문 밖에서 나부꼈다.
“오소마츠. 눈, 내린다고?”
나는 떨리는 손길로 천천히 오소마츠의 뺨을 쓸어내렸다. 오소마츠의 입술을 엄지 손가락으로 쓸고, 살며시 입을 맞췄다. 토도마츠가 올때마다 매번 관리해주는 입술은 오랜 공백에도 무색하게 부드러웠다.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눈물로 엉망인 얼굴을 씻기위해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오소마츠의 눈꺼풀이 떨렸다.
“오소마츠?!”
떨리는 마음으로 오소마츠의 손을 꽉 쥐었다. 곧이어 오소마츠의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소마츠!”
오랜 시간 잠겨있던 목에 소리가 잘 나지 않아 기침을 하는 오소마츠에게 물을 천천히 마시게했다.
“오소마츠...”
“안녕, 카라마츠”
“아아.”
“몸 잘 안움직여지는데 나 얼마나 잔거야?”
“거의 1년이다.”
내 말에 오소마츠는 놀라 두눈을 크게 떴다. 나는 살며시 웃어주며, 조심스럽게 잡고있던 오소마츠의 손등을 쓸었다. 그에 응답하듯 오소마츠 역시 미소지으며 천천히 손에 힘을 주고 내 손을 맞잡았다.
“오소마츠”
“응?”
나는 오소마츠의 입술에 내 입술을 맞대며 오소마츠에게 속삭였다.
“나도 좋아한다. 사랑하고있어. 오소마츠”
“에...?”
“잠,! 울정도로 싫었나?!”
“아니, 그게 아니라..... 행복해서, 그래서....”
“아, 아아. 그래. 나도 나도 행복하다.”
오소마츠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내며 우리는 다시한번더 서로의 온기를 찾아 입 맞췄다. 서로 이마를 맞대며 행복함에 미소지었다.
“내 고백 닿았어?”
“물론. 나도 사랑한다고?”
“후후- 메리크리스마스. 그리고, 사랑해 카라마츠.”
“아아. 메리크리스마스. 사랑해. 그리고, 눈 떠줘서 고맙다. 오소마츠”
행복함에 젖어 다시한번 키스하려할 때 내 전화가 울려 어쩔수 없이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았다.
‘카라마츠형! 오소, 오소마츠형의 자의식이!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이건 기적이야!“
“아아.”
‘듣고있는거 맞아?! 오소마츠형의 자의식이 원래대로 돌아왔어! 오소마츠형이 눈 뜰거라고!’
“그래. 이건, 기적이다.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의.”
‘정말 지금정도는 안쓰러움 버리라고!’
“토도마츠?”
‘....오소마츠형? 정말? 정말 오소마츠형야?’
“응.”
‘거짓말, 정말로, 기적이..’
“응.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의 기적이 말이야”
오소마츠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아직도 뭔가 말하고 있는 토도마츠에겐 미안했지만 나는 전원을 꺼버리고 전화를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에에- 토도마츠 전화 그렇게 끊어버려도 되는거야?”
“뭐 나중에 혼나겠지만... 크리스마스는 연인들의 시간이지않나?”
“정말이지-”
다시 맞닿은 입술은 너무나도 달콤해 나는, 우리는 서로를 탐했다.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의 기적이 당신들에게도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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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늦었다아아아아 크리스마스 맞춘다고 뭔가 글 이상한것같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쨋든! 제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지루하고 재미없을것같지만 그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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